트럼프, 러·벨라루스 연합훈련에 미군 장교단 파견…나토 긴장 속 '이례적' 행보

2025.09.16
트럼프, 러·벨라루스 연합훈련에 미군 장교단 파견…나토 긴장 속 이례적 행보

러시아 무인기의 폴란드 영공 침입으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 갈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미국이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에 군사관찰단을 보내 관측통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서 개최된 '자파드(서방) 2025' 군사연습 현장에 브라이언 슈프 미 공군 중령 등 최소 2명의 미군 관계자가 등장했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이들을 직접 맞이하며 "최상의 관찰석을 마련해드리겠다"고 환대했고, 슈프 중령은 "초청해주셔서 고맙다"며 화답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자파드-2025 연습의 새로운 하루가 이런 식으로 시작될 줄 누가 예상했겠냐"라며 미군 대표단의 방문이 뜻밖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파드 연습은 양국이 2009년부터 4년마다 시행하는 정기 훈련이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뒤 미국이 해당 연습에 군 관찰단을 파견한 것은 처음이다.

금번 훈련에는 나토 가맹국인 터키와 헝가리를 비롯해 중국,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 총 23개 국가의 대표단이 참관했다고 벨라루스 국방부가 발표했다. 연습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동쪽으로 72km 떨어진 보리소프 훈련시설에서 실시됐다.

훈련 과정에서는 수호이(Su)-34 전투폭격기의 유도폭탄 투하, 공격헬기와 정찰드론의 합동작전 등 실전을 연상케 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됐다. 또한 극초음속 준중거리미사일 '지르콘'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 운용 연습도 포함됐다.

양국은 이번 군사연습이 전적으로 방어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극도로 공격적"이라고 규정하며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임시 차단했다. 폴란드는 접경지역에 4만여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서방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를 러시아로부터 이간시키려는 전략이거나,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협상의 중개자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벨라루스에 특별사절을 파견하고 벨라루스 국영항공사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등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긴밀한 연대관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시도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자국 영토를 적극 제공한 러시아의 핵심 위성국가로 평가받는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호 하에 있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덴마크가 그린란드에서 주최한 나토 북극방어 군사훈련 '북극의 빛 2025'에는 미국이 참석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국방장관이 참여한 이 훈련에서 그린란드 획득 의지를 드러낸 미국의 부재는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도도 이번 자파드 훈련에 쿠마온연대 소속 65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 후 미-인도 관계가 냉각되면서 인도가 러시아와의 방위협력을 더욱 중시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