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ABC방송이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제작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진행자 지미 키멀이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후 나온 조치다.
키멀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MAGA 세력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자신들과는 무관한 인물로 묘사하려 애쓰며 이 사건으로부터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고 있다"며 보수 진영을 비판했다. 또한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추도 발언 영상을 언급하며 "네 살배기가 금붕어 죽음을 받아들이는 식"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날 미국 지역방송사 그룹 넥스타미디어가 산하 모든 ABC 계열 네트워크에서 해당 프로그램 편성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ABC의 결정이 나왔다. 넥스타 방송부문 앤드류 앨포드 사장은 "국가 정치담론의 중요한 국면에서 나온 키멀의 커크 사망 관련 언급은 모욕적이며 무례한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견해와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지역 방송사들에게 프로그램 송출 중단을 촉구했다. 카 위원장은 보수 성향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디즈니에게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지역 방송사들도 나서서 이런 저급한 콘텐츠는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ABC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실행한 것을 축하한다"고 환영 의사를 표했다. 키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풍자해왔다.
이번 사태는 커크 피살과 관련된 일련의 발언 단속 중 하나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커크 사망 이후 총기규제 관련 글을 게시한 11년 경력의 칼럼니스트 캐런 아티아를 해고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커크의 죽음을 기뻐한 외국인들의 비자 취소 및 추방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3년부터 22년간 이어온 '지미 키멀 라이브!'는 ABC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인과 연예인이 출연해온 정통 정치풍자 토크쇼였다. 최근 CBS의 '더 레이트 쇼' 폐지에 이어 또 다른 정치풍자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