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한국과 미국 간 갈등 상황을 이용해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후 국제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하며 다자주의 체제 구축에 나섰다. 조지아 내 한국인 구속 사건과 무역협상 난항으로 빚어진 한미 관계의 틈새를 파고드는 베이징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17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은 모두 경제 글로벌화의 혜택을 받은 국가로서 일방주의적 패권정치가 횡행하는 현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고 국제 자유무역 시스템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는 워싱턴을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왕 주임은 또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공동체와 더불어 역사를 기억하고 선조들을 추모하며, 2차 대전의 승리 결과를 보호하고, 유엔 중심의 국제체계를 유지하면서 국제질서가 더욱 공평하고 합리적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1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승절 기념행사 종합평가 회의에서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확고한 보호자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중국이 적극적으로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하는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라는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천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 주권 평등,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 등의 원칙에 기반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을 처음으로 공식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과 견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 간의 균열을 노리는 전략적 접근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은 무역협상에서의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조지아주 한국인 구속 사건으로 인한 한국 내 반미 정서 확산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조 장관은 중국 방문 전날인 16일 "과거 동맹국 및 우방국과 상당히 원활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미국이 아니구나를 체감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중 관계는 다음 달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조 장관은 17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주중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확실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