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을 향한 기업들의 채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기존의 대학 졸업자 중심 채용 관행을 벗어나 고등학교 졸업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회계 시스템 전문기업 TKC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시스템 개발 부서에 배치되는 모든 고등학교 졸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대학교 진학 비용을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제도를 전면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은 주당 1.5일 가량을 대학 수업에 참여하며 대략 5년 내에 학위 취득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사 인사 담당자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고등교육 진학을 단념한 역량 있는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고등학교 졸업자 고용시장은 구직자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의하면 내년 봄 졸업과 동시에 직장 생활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수는 약 12만 6천명으로 전년 대비 0.5% 상승했으나,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46만 7천건으로 0.3% 증가해 구인배수가 3.69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자 우위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욱 매력적인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다. 고속버스 운영회사인 윌러 익스프레스는 학력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신입 직원에게 연간 600만엔(약 5600만원)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고등학교 졸업자 평균 연봉인 210만엔의 거의 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해산물 전문 음식점 체인을 경영하는 레드로브스터재팬은 고등학교 졸업 신입직원의 급여를 대학 졸업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주류 유통업체 히토마이루는 신규 입사자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 경비를 회사가 대신 지급하고, 3년 이상 근무할 경우 해당 비용을 완전히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채용 전략 수정을 넘어서 일본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혁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축소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학력보다는 현장 적응력과 지속적 학습 능력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높은 이직률이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취업한 고등학교 졸업자 중 17%가 1년 내에, 38%가 3년 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경력 개발 프로그램과 함께 학교와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세밀한 진로 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