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최초로 전자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스마트안경을 선보였다.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메타 커넥트 2025'에서 공개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상용 스마트안경으로는 처음으로 렌즈 내부에 화면이 탑재된 제품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이 제품을 "최초의 AI 안경"으로 소개하며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을 인공지능이 함께 인식하여 원하는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기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안경이야말로 개인의 초지능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폼팩터"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스마트안경의 핵심 기능은 우측 렌즈에 삽입된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다. 이를 통해 문자 확인, 음악 재생,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으로 수행하던 작업들이 가능하다. 화면은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약간 옆쪽에 위치하며, 미사용시 자동으로 사라진다. 햇빛이 강한 야외 환경에서도 선명한 시인성을 확보했다고 메타 측은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함께 제공되는 '메타 뉴럴 밴드'다. 손목에 착용하는 이 장치는 근전도 신호를 감지해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도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엄지와 검지를 집는 동작, 손가락 슬라이드, 더블 탭, 손목 회전 등으로 메뉴 탐색, AI 호출, 볼륨 조절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가 허공에서 집게 손가락을 돌리자 음악 볼륨이 증가하고, 공중에 문자를 쓰자 메시지가 작성되는 장면이 시연됐다.
메타 AI 챗봇이 내장돼 실시간 대화가 지원되며, 음성을 자막으로 변환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이를 활용한 실시간 번역과 영상통화 기능도 구현했다. 상대방의 모습과 착용자의 시야를 동시에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음성 메시지 녹음, 받아쓰기, 사진·동영상 촬영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포함됐다.
하지만 행사 진행 중 기술적 문제로 여러 차례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요리용 한국식 스테이크 소스 제조법을 AI에 묻는 시연에서 3차례 연속 음성 인식에 실패했고, 영상통화 연결 시연도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부재중 통화로 처리됐다. 저커버그 CEO는 "수년간 기술 개발을 했지만 와이파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웃어넘겼으나, 경쟁사 대비 미흡한 메타 AI 성능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제품 무게는 69g으로 일반 안경의 3배, 레이밴 선글라스의 1.5배 수준이다. 메타 퀘스트(500g)나 애플 비전 프로(600g 이상)에 비해서는 현저히 가벼우나, 장시간 일상 착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최대 6시간으로 제한적이다.
메타는 운동 전용 모델인 '오클리 메타 뱅가드'도 함께 발표했다. 122도 광각 카메라가 중앙에 배치된 랩어라운드 디자인으로, 달리기나 사이클링 등 고강도 운동 중에도 흔들림 없는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가민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심박수, 페이스, 속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특정 거리나 속도 도달시 자동 촬영 기능도 지원한다. 배터리는 9시간 사용 가능하며 충전 케이스로 36시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기존 레이밴 제품의 개선판인 '레이밴 메타 2세대'도 소개됐다. 배터리 수명이 기존 대비 2배 늘어나 최대 8시간 사용이 가능하며, 3K 울트라 HD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대화 중 상대방 음성을 증폭하는 '대화 집중' 기능과 독일어, 포르투갈어를 추가한 실시간 번역 기능이 탑재됐다.
가격은 뉴럴 밴드 포함 799달러(약 110만원)로 책정됐으며, 오는 30일부터 미국 일부 매장에서 판매를 개시한다. 내년 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나 국내 출시 계획은 현재 미정 상태다. 오클리 뱅가드는 499달러(약 69만원)에 다음달 21일 출시되며, 레이밴 메타 2세대는 379달러(약 52만원)로 즉시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