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7-19일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영국 당국이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가장 대규모의 보안작전을 전개한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영국은 이번 방문기간 동안 무인항공기와 저격수, 기마경찰, 수중정찰대 등을 총동원한 보호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가 트럼프를 영접할 윈저성 일대와 런던 시내에는 중무장한 경찰부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특히 윈저성 주변 영공은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며, 경찰 드론과 헬리콥터가 상시 순찰한다.
영국 관계자는 "지상 제복경찰 배치는 물론 중무장 대원, 항공보안팀, 템스강 해상작전팀까지 다층적 보안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엄중한 경비체제는 최근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인 우익 정치인 찰리 커크가 유타밸리대 강연 중 피격 당한 사건과 지난해 트럼프가 겪은 두 차례 암살기도로 인한 조치로 분석된다.
전 런던경찰청 왕실경호관 사이먼 모건은 "당국이 지상과 공중을 완전 통제하며 저격 가능한 지점을 모두 봉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방문에서는 양국간 기술·에너지 분야의 파격적인 협력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동맹과 대형 민간 원자력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며 "영미관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컴퓨팅을 망라한 첨단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방문단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기술업계 최고 인사들이 동반되며, 이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영국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에너지 부문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예상된다. '첨단 원자력 에너지 대서양 동맹'으로 명칭이 정해진 이 협약을 통해 양국은 원자로 설계 안전성 평가를 상호 인정함으로써 신규 원전 건설허가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이는 AI 기술 확산으로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2028년 운영 중단 예정인 하틀풀 원전을 대체할 신규 발전시설 건설사업에 첨단 모듈형 원자로 기술이 도입된다. 미국 X-에너지와 영국 센트리카는 이를 위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트라이택스·프랑스 EDF·홀텍은 잉글랜드 중부 구 석탄발전소 부지에 SMR 기반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을 추진한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미국과 더불어 원자력의 황금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이번 협정의 의미를 부각했다.
금융부문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금융기업들이 영국 금융서비스 부문에 12억5천만 파운드(약 2조2천억원) 투자를 확정했다. 이로써 런던,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주요 도시에 18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다.
다만 지난 5월 합의된 영미 통상협정의 후속조치인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문제는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5%인 관세율의 최종 조정안을 놓고 양국이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번 국빈방문 성공을 위해 왕실의 소프트파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왕 주재 국빈만찬과 마차행렬 등 화려한 왕실 의전을 통해 트럼프의 호감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피터 맨델슨 주미 영국대사가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 논란으로 해임된 사건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