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한 달 만에 폐허화…이스라엘군 "1천800여 건물 철거"

2025.09.14
가자시티 한 달 만에 폐허화…이스라엘군 "1천800여 건물 철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점령 작전을 예고한 뒤 한 달여 기간 동안 도시 전역에서 1천800동 이상의 건축물을 붕괴시키거나 손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CNN 방송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대규모 건물 제거 작업이 포착됐다고 12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성영상 비교 분석에 따르면 9월 5일과 8월 9일 각각 촬영된 사진에서 주거용 건축물들의 광범위한 해체가 관찰됐다. 이러한 건물 제거로 인해 가자시티 거주 피난민들은 재차 강제 이주를 당하고 있으며, 새로운 임시 거처를 확보할 여건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건축물 파괴 작업은 가자시티 남부 외곽지역인 자이툰에 주로 집중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초 자이툰에서 철군하면서 거점으로 활용했던 학교 시설을 폭파 처리했다. 8월 9일부터 17일까지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 수천 명이 거주하던 가자시티 동부 알투파 지역의 일부 건축물들도 해체했다.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이스라엘 중장비인 굴삭기와 불도저가 자이툰에서 건물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사진이 찍힌 하루 뒤에는 장비들이 약 300미터 더 진출해 26동의 건물을 추가 철거했다. 25일에도 자이툰 기지 내부에서 굴삭기 최소 16대가 확인됐으며 주변에서 철거 작업이 지속됐다.

8월 9일 위성사진에서는 가자시티 남동쪽에 천막 거주지가 보였지만 9월 5일 사진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또한 이 기간 가자시티 북쪽 자발리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750동 이상의 건물을 파괴한 것으로 CNN은 분석했다.

가자시티는 거의 2년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도 비교적 적은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수많은 건축물이 붕괴된 상황이다. 도시 주변부의 천막촌들도 수 주 만에 완전히 소실됐다.

CNN은 "8월 9일부터 9월 5일 사이 수집된 위성사진 6장은 대규모 파괴가 공중폭격이나 전투가 아닌, 중장비를 활용한 구역별 철거 작업으로 발생했음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이스라엘은 가자시티와 주변 지역 내 모든 팔레스타인 일반인에게 긴급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는 본격적인 군사작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시티 점령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하면서, 군이 이 지역에서 무장단체와 테러 조직의 인프라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피난민 수용소 인근 고층 건축물들을 파괴하면서 해당 건물들이 하마스의 테러 인프라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마무드 바살 가자지구 민방위대 대변인에 따르면 가자시티에서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고층건물 5동이 폭격당했다.

그는 CNN에 "건물에는 총 209세대가 있었으며 비상사태 중 각 세대마다 최소 20명이 피난해 있었다"며 "4천1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 하루 만에 거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자시티 주민 25만 명이 안전을 위해 도시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자시티 인구 100만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드라이 대변인은 대피 장소로 지정된 가자지구 남부 알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에 의료지원과 구호물품, 텐트 등이 준비돼 있다며 "하마스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여러분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시티에서 하마스가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고층건물들을 공습하는 등 지상군 투입을 위한 사전 작전을 계속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하루 동안 가자지구에서 최소 40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86% 이상이 강제이주나 군사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가자시티와 자발리아의 모든 지역이 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자시티 주민들이 행선지도 없이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며 "포위 상황이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