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극우세력이 주도한 대규모 이민반대 시위가 개최돼 경찰 추정 11만여명이 참집했다. 이는 영국 현대사상 가장 큰 우익 집회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이 '킹덤 통합'(Unite the Kingdom) 슬로건 하에 조직한 이번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유니언잭과 잉글랜드의 성 조지 십자가 등을 흔들며 화이트홀 일대를 가득 메웠다. 시위대는 "보트를 막아라", "본국으로 돌려보내라" 등이 새겨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키어 스타머 총리 정부를 규탄했다.
로빈슨은 SNS를 통해 "런던이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떳떳하게 일어섰다"며 "더 이상 잠잠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트럼프의 'MAGA' 모자를 착용하거나 미국·이스라엘 국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일 유타주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미국 보수 논객 찰리 커크를 추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지 언론들은 커크 암살 사건이 극우 결집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회에는 프랑스 에리크 제무르, 독일 AfD 소속 페트르 뷔스트론 등 유럽 각국의 극우 정치인들이 등단해 "여러분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이라며 범유럽 극우연대를 다짐했다. 제무르는 "우리 민족이 오히려 옛 식민지 출신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화상으로 연결돼 "영국에 즉각적인 정권교체가 절실하다"며 "차기 선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의회를 해산하고 신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찰리 커크 피살을 거론하며 "좌파는 살인집단이며 그들이 공공연히 이를 축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러셀광장 인근에서는 약 5천명 규모의 반파시즘 맞불시위가 동시에 진행됐다. "극우에 맞선다", "난민을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내건 이들은 평화적 행진을 펼쳤다.
양측 시위 과정에서 일부 과격시위대와 진압경찰 간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런던 경찰청은 "시위대가 경찰관들을 주먹과 발로 구타하고 병과 조명탄을 투척했다"며 "수용 불가능한 폭력행위"라고 규탄했다. 충돌과정에서 경찰관 26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 중 4명은 치아 파절과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다. 당국은 현재까지 25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영국해협을 통해 유입된 불법체류자가 2만8천명을 돌파하며 이민문제가 경기침체 우려를 넘어서 최대 정치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1대1 교환' 협정을 체결해 다음주부터 불법이민자 송환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