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마약 협상 교착에 트럼프-시 주석 베이징 회담 전망 어두워져

2025.09.14
미중 관세·마약 협상 교착에 트럼프-시 주석 베이징 회담 전망 어두워져

양국이 관세 철폐와 마약성분 펜타닐 차단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측은 여전히 공식 승낙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다음 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이전 양자회담 성사는 난망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양국 관계의 흐름을 볼 때 APEC 회의 개최 전 베이징 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스페인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통상 협의를 진행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역시 중국 관계자들과 접촉했지만, 이러한 접촉들은 정상회담 사전 준비의 성격으로 여겨진다.

핵심 쟁점은 펜타닐 차단과 관세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먼저 관세를 해제해야 마약 성분 유입 차단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관세 조정 이전에 구체적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라이언 하스 중국센터장은 협상의 교착상태로 인해 베이징 정상회담의 당위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뒷받침할 만한 통상협정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중국 전문가 데이브 와일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성대한 고위급 방문을 좋아하긴 하지만 성과 없는 방중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양국 지도자 간 만남이 APEC에서의 비공식 접촉 정도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커틀러 부회장은 "양 정상이 APEC에서 만나 여러 성과를 공표하겠지만 통상 협정은 체결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최고급 예우를 받은 것도 변수로 작용한다. 하스 센터장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7년 방문 당시보다 더 화려한 예우를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방중 후 '부차적 손님'으로 여겨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반대 견해도 존재한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수석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김정은에 대한 환대 인상을 상쇄하기 위해 베이징 정상회담을 더욱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APEC에서의 만남은 샌프란시스코 APEC에서 열린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을 떠올리게 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실현의 걸림돌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EU와 NATO 회원국들에게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했으며, 중국 기업들을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아날로그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로 맞대응하고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중국 전문가 에반 메데이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으며, 막바지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질적 성과 추구 욕구와 중국에서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싶은 욕구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