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부서도 반대 목소리…모사드 "카타르 공습 부적절" 경고했으나 네타냐후 강행

2025.09.14
이스라엘 내부서도 반대 목소리…모사드 "카타르 공습 부적절" 경고했으나 네타냐후 강행

이스라엘의 카타르 도하 폭격을 둘러싸고 내부 분열이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데이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이 지난 9일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공격 작전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바르네아 국장은 "휴전 중재를 담당하는 카타르를 공격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작전 실행을 만류했다.

안보 수뇌부 내에서도 시기와 방식을 놓고 이견이 분출했다.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 역시 "협상 진행 시점에서 공습은 외교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인질 문제를 담당하는 니츠안 알론 소장은 작전 회의에서 아예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론 더머 전략담당 장관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지지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지상 침투 대신 원거리 공습을 선택했다. F-15 전투기 15대가 출격해 미사일 10발을 발사했지만, 하마스는 칼릴 알하이야 대행 등 핵심 인물들이 무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모사드는 과거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성공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카타르 채널 유지"를 이유로 지상 작전 투입을 거부했다. 한 모사드 관계자는 "언제든 그들을 제거할 수 있는데 굳이 지금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판에 맞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는 카타르와 여타 국가들에게 경고한다. 그들을 추방하거나 법정에 세우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해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은 미국과의 관계에도 균열을 가져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공습 개시 직전까지 미국에 세부사항을 알리지 않았으며, 미국이 우주 감시 장비로 공격 목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사우디 영공 침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사일을 우주까지 높이 쏘아 올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후 12일 뉴욕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긴급 만찬을 가졌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배석한 이 자리에서는 중재국으로서의 카타르 역할과 양국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의 강경 행보 배경에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 정책포럼의 님로드 노빅 전 관리는 "과거 하마스 지원을 위해 카타르를 활용했던 인물이 이제 그 정권을 공격하고 있다"며 "국내 비판 회피를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이번 폭격을 "국가 테러 행위이자 중재 과정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력 규탄했지만, 중재 역할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