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무인기가 나토 회원국들의 영토를 연이어 위협하면서 유럽 전체가 집단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폴란드에 계속해서 루마니아 영공까지 러시아 무인항공기가 위협을 가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방어태세와 동맹 결속력을 시험하려는 의도적 도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루마니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러시아 무인항공기 1대가 루마니아 영공을 위반하여 전투기들이 긴급 출격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F-16 전투기 2대와 함께 독일 공군의 루마니아 내 항공감시 임무에 투입된 유로파이터 2대를 즉시 발진시켰다. 해당 무인기는 격추 시도 이전에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폴란드 영공에서 러시아 무인기들이 포착되어 나토 전투기가 출동한 지 사흘 후에 발생했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10일 바르샤바 인근에서 러시아 무인기 19대가 요격되었다. 이는 나토 회원국이 현 전쟁에서 러시아 군용기에 직접 무력을 행사한 최초 사례다.
폴란드는 즉각 F-16 전투기를 발진시키고 나토 조약 4조를 발동하여 동맹국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4조는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성 또는 안보가 위협받은 동맹국이 긴급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다. 폴란드 총리 도날드 투스크는 이번 상황을 '대규모 도발'로 규정하고 "2차 대전 이후 공개적인 분쟁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덴마크, 프랑스, 독일 국방부는 폴란드 방공에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영국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에 공동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네덜란드 소속 F-35 스텔스기와 이탈리아 조기경보기까지 긴급투입되어 요격작전을 지원했다. 유럽연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폴란드 지지 의사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러시아 무인기의 나토 회원국 영공위반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집단방위 의무'를 담은 나토 조약 제5조 발동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폴란드는 먼저 4조를 발동해 동맹국들과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루마니아 영공침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토는 폴란드 영공침해 사건 이후 유럽 동부지역 방어체계를 강화한 상황이다. 특히 '이스턴 센트리'로 명명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며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BBC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에 더해 인근 나토 회원국 영공까지 위협하는 것은 전쟁 종료에 전혀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국경침범을 넘어 푸틴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 전례없는 사건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기로 결심할 경우 서방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맞대응이 뒤따를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의 파벨 무라베이코 참모총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무인기 공습을 주고받다가 전자전 장비 때문에 무인기가 항로를 벗어나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폴란드의 어떤 목표물도 타격할 "계획이 없었다"고만 밝혔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방비를 GDP 대비 4.7%까지 끌어올리며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2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자발적 군사훈련에 참여했으며, 연말까지 그 수가 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폴란드 국방부 산하 중앙군사모집센터는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러시아 무인기의 폴란드 영공침범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불행하고 위험한 전개"라고 비판했다. 루비오 장관은 "무인기 발사가 의도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요한 질문은 무인기를 폴란드 내로 구체적으로 겨냥해서 보냈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