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발트해 접경지역에 대형 레이더 시설 구축…"서방과 장기 대치 준비"

2025.09.14
러, 발트해 접경지역에 대형 레이더 시설 구축…"서방과 장기 대치 준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인접한 월경지 칼리닌그라드에 거대한 레이더 기지를 조성하고 있다는 정보가 공개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추적 전문기관인 토치니(Tochnyi)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폴란드 및 리투아니아와 경계를 접하고 있는 칼리닌그라드 체르냐홉스키 구역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지난 8월 기준으로 거의 완료 단계에 도달했다. 토치니가 2023년 3월부터 최근까지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당 시설의 안테나 배열은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그 지름이 1600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규모의 안테나 구조물은 극초저주파(VLF) 전송에 최적화되어 있어 전 세계 어디든 신호 도달이 가능하며, 특히 잠수함과의 교신에 활용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발트해와 대서양 지역의 잠수함과 연락하거나 동유럽 전체에 걸친 NATO 통신망을 도청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체계가 러시아의 차세대 '컨테이너 29B6' 초수평선 탐지망의 구성요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시스템은 3000킬로미터 이상의 탐지 범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치니 측은 "이것을 기존의 초수평선 레이더 구성품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군사 분야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안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심층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S-400 대공방어체계와 이스칸데르 탄도로켓 전력, 발틱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와 NATO 간 갈등 상황에서 핵심적인 전략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폴란드 경계선 근처에서의 통신시설 확충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넘어 확산될 수 있다는 나토 동부전선 국가들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토치니는 "2023년 중순 이후 러시아의 주요 군수업체들이 대대적인 증설에 착수했다"면서 "칼리닌그라드 시설 구축은 러시아가 평화보다는 서방 및 유럽과의 대규모 지속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분석했다.

반면 샤칼리에네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은 발트뉴스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지는 정보수집이 아닌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공역의 항공기와 미사일 포착을 위한 목적"이라며 우려를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 당국은 13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영공에 폴란드와 동맹국 항공기를 예방적으로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군 작전본부는 "지상 기반 방공 및 정찰 체계가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