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주 英 국빈방문…왕실 '매력공세'로 특수관계 복원 시도

2025.09.14
트럼프 내주 英 국빈방문…왕실 매력공세로 특수관계 복원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영국이 왕실의 전통적 위엄과 화려한 의전을 동원한 외교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영국을 공식 방문한다. 2019년 첫 임기 중 방문에 이은 것으로, 미국 역사상 한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나 영국 국빈방문 기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빈방문은 형식적으로는 군주의 초청으로 이뤄지지만 실제로는 정부 차원의 외교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영국 측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의 안보 및 방위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왕실의 격식 있는 환대가 양국 관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도착과 동시에 붉은 융단 위를 걸으며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게 된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이 직접 맞이하는 환영식을 시작으로 궁중 마차 퍼레이드, 공군 특수비행단의 축하 비행, 축포 발사, 그리고 성대한 만찬까지 일련의 화려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지난 2월 키어 스타머 총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났을 때의 일화는 영국의 '왕실 외교'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당시 다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스타머 총리가 찰스 국왕의 친서를 건네며 국빈방문을 제안하자, 트럼프는 즉석에서 "국왕은 정말 멋진 분"이라며 "그런 훌륭한 국가를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영국 정부가 외국 정상들을 상대로 왕실을 활용한 매력외교를 구사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같은 인물들도 국빈 자격으로 초청받았다. 최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방문해 이민 문제 해결과 브렉시트 후유증 완화에 기여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영국 의회 연설에서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왕정을 동경한다. 특히 우리에게 없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라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영국 왕실에 대한 매력을 인정했다.

이번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에서 찰스 국왕 및 카밀라 왕비와 만나고, 2022년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전 여왕의 안식처인 세인트 조지 채플을 참배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총리 관저에서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함께 윈스턴 처칠 관련 자료실도 둘러볼 계획이다.

영미 양국의 역사적 유대를 상징하는 처칠 전 총리는 영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차 대전 중 양국 동맹을 이끈 인물로, 오늘날까지 '특별한 관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번에도 전례와 마찬가지로 의회 연설은 제외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의회 휴회 기간과 겹친다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의원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양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찰스 국왕의 재정담당관 제임스 챌머스는 "연성권력은 계량화하기 힘들지만 국내외에서 그 의미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때 대영제국의 중심이었던 영국 왕실의 현재 핵심 외교 기능은 국빈 행사를 통해 트럼프와 같은 세계 지도자들을 사로잡고 환대함으로써 영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