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번개 발생 빈도가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 보상금도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기상청의 반세기 자료를 검토한 결과, 도쿄와 오사카 등 핵심 11개 대도시에서 뇌성 현상이 관찰된 날수는 초기 25년(1974~1998년) 동안 연간 평균 180.2일에서 최근 25년(1999~2023년) 동안 209.5일로 16.3% 상승했다.
온도 상승에 따른 대기 불안정화가 뇌운 형성을 촉진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치바타 다쿠로 규슈대학 준교수는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1도 증가할 때마다 전 지구적으로 천둥번개 발생 가능성이 18.4%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직으로 성장하는 적운이 대기 조건이 불안정할 때 뇌우를 동반한 적란운으로 발전하면서 번개 현상이 더욱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도심 지역의 열섬효과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 표면이 높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상승 기류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적운 발달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11일 도쿄 인근에서는 집중호우와 함께 발생한 잦은 번개로 인해 약 1만 세대가 전력 공급 중단을 겪었고, 다치가와시에서는 벼락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주택 화재도 발생했다.
하네다 공항에서는 활주로 표면이 손상돼 항공편 운항이 연쇄적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역시 번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4월에는 나라현에서 중고등학생 6명이 낙뢰 피해로 의료기관에 후송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러한 기상 변화는 경제적 손실로도 직결되고 있다. 번개로 인한 건축물 손상과 전자기기 고장 등으로 2022년 지급된 보험금은 147억 엔(약 1387억 원)에 달해 2009년 대비 6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낙뢰 탐지 시설을 운영하며 보험 신청용 '낙뢰 확인서'를 발급하는 민간 기상 회사 프랭클린 재팬은 "지난해 증명서 발급 건수가 사상 최대인 약 2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보면 적도 근처 국가들에서 번개 발생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작년 뇌성 관측 시간이 가장 길었던 브루나이는 1㎢당 약 10시간을 기록했고, 파나마와 콜롬비아가 8~9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은 약 50분으로 이들보다는 짧지만, 인명과 재산 피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