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의 근거로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반박하는 결정적 문서가 공개됐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12일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쿡 이사가 2021년 구매한 애틀랜타 콘도에 대한 대출 견적서에서 해당 물건을 명확히 '별장'으로 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문서는 2021년 5월 28일자 워싱턴 D.C. 소재 연방신용조합이 발행한 것으로, 부동산 용도란에 'vacation home'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같은 해 12월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연준 이사 후보 지명 과정 중 제출한 국가보안 서류 SF-86에서도 이 부동산을 '세컨드 홈'으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된 자료는 빌 풀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이 제기했던 핵심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풀티 청장은 쿡 이사가 애틀랜타와 미시간 소재 주택들을 모두 '주 거주지'로 허위 신고해 유리한 대출 조건과 세제 혜택을 노렸다고 지적했었다. 트럼프 측근인 풀티 청장은 이 문제를 법무부에 회부했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쿡 이사에게 해임 통보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풀티 청장은 새로운 증거가 나온 후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는 13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별장 용도로 견적을 받았다가 주거용으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매우 염려스러우며, 추가적인 부정행위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재반박했다.
현재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법적 분쟁이 계속되는 동안 쿡 이사의 연준 복귀를 허용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상급법원에 항소하며 15일 오후 3시까지 새로운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 같은 막판 혼란은 16~17일 개최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져 금리 결정 과정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2년 임명한 쿡 이사는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연준 이사로서 2038년까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지명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은 빠르면 15일 상원 인준을 통과해 다음날 FOMC 회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노동시장 약화를 고려해 9월부터 완화 정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71%는 정치적 압력이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트럼프의 쿡 이사 해임 시도가 성공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