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타르 정상회의서 나토형 '아랍통합군' 창설안 재추진

2025.09.14
이집트, 카타르 정상회의서 나토형 아랍통합군 창설안 재추진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 사태를 계기로 이집트가 북대서양조약기구 형태의 아랍통합군 창설 구상을 다시 제기했다고 레바논 친헤즈볼라 매체 알아크바르가 현지시간 13일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오는 15일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아랍·이슬람 긴급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관련국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모든 아랍 국가들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서방식 군사동맹체 구축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집트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이집트는 자국이 최고 작전지휘권을 담당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가 차상위 지휘권을 보유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구체적인 병력 기여 방안을 보면, 이집트는 2만명 규모의 군대를 파견하고 참모총장급 인사를 통합군 사령관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병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며, 모로코와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각국의 인구와 군사력에 비례해 기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아랍권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통합군 구상이 이스라엘을 향한 전쟁 선언으로 해석될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군사동맹 창설이 대외적으로 적대적 행위로 비춰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연합군 창설 논의는 약 10년 전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확장하고 예멘 후티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는 등 중동 정세가 불안정했던 시기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아랍 각국이 연합군 형태로 참여해 IS 소탕과 후티 세력 억제에 협력했지만, 지속적인 통합 체계는 구축되지 못했다.

2014년과 2018년에도 걸프협력회의 차원의 군사동맹 결성 논의가 있었으나 소규모 국가들이 대국에 군 통제권을 이양하는 것을 꺼려 실현되지 않았다. 2019년에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반이란 성격의 중동전략동맹 구축을 시도했지만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을 둘러싼 외교적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 총리는 12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만찬을 갖고 안보 협력과 중재국 역할의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4~15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예루살렘 서쪽 벽을 참배할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12일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142개국이 찬성하고 이스라엘·미국 등 10개국이 반대, 체코 등 10개국이 기권했다. 전날 유엔 안보리는 도하 공습을 규탄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했으며, 한국 등 이사국들은 하마스 억류 인질 석방과 가자 분쟁 종료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카타르 지도부 제거 작전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타르 거주 하마스 테러 지도자들은 가자 주민들에게 관심이 없다"며 "이들의 제거가 인질 해방과 전쟁 종료의 주요 걸림돌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공습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홍해에서 F-35 스텔스기 4대와 F-15 전투기 8대를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공격 개시 직전에야 미군에 통보했지만 표적을 명시하지 않아 미군이 직접 미사일 궤적을 추적해 도하가 목적지임을 확인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