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가 시행한 특정국가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미국 대학교 입학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학이 불가능해진 해외 신입생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각 13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상 위험요소와 테러 우려를 근거로 아프가니스탄, 이란, 미얀마를 포함한 19개 국가 시민들에 대한 학생비자 발급 중지 및 입국차단 정책을 실시하면서 해당 국가 출신 예비 대학생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번 정책은 새로운 비자 발급이 필요한 신규 유학희망자들에게 특히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존 보유 비자로는 여전히 입국이 가능하지만 처음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완전히 발이 묶인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 거주 21세 여성 바하라 사가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탈레반의 여성 고등교육 금지 정책으로 인해 해외 유학을 결심한 그녀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일리노이주 녹스대학 합격통지를 받았지만, 입국금지 조치로 인해 9월 신학기 등교가 무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18세 미얀마 학생 역시 가족의 전폭적 지원 하에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입학자격을 획득했으나 본국을 떠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미 정부는 이란,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등 12개국에 대해서는 전면적 비자발급 거부 및 입국봉쇄를 적용했으며, 베네수엘라, 부룬디, 쿠바 등 7개국에 대해서는 학생비자, 교환방문비자, 관광비자 등 선별적 비자 카테고리에 한해 제한을 가했다.
정확한 피해규모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년도 5월부터 9월까지의 F-1(학생비자) 및 J-1(교환방문비자) 발급현황을 참고하면 제재대상국 출신이 5천700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올해도 유사한 수준의 학생들이 미국행을 포기해야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입국이 불가능해진 신입생들은 대안국가로의 유학 재준비나 입학시기 연기 신청 등을 통해 제재해제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가리는 녹스대학에 입학연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후 폴란드 소재 대학교로부터 등록금 선납을 조건으로 한 입학승인을 받아 서류심사를 진행 중이다.
17세 이란 출신 푸야 카라미는 피츠버그주립대 고분자화학과 진학 계획이 좌절되자 입학을 차년도로 미루고 재개시기가 불투명한 비자 인터뷰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