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지체되는 가운데 핵심 AI 전문가들의 회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 최고위급 AI 책임자 중 한 명인 로비 워커가 다음 달 퇴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워커는 올해 초까지 애플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 개발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로, 존 지안안드레아 AI 총괄에게 직접 보고하는 소수 임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리의 AI 기능 탑재 업데이트가 연속 지연되면서 시리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이후 소프트웨어 부문 총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시리 관리를 대신 맡고 있다.
현재 워커는 '답변·정보·지식(Answers, Information & Knowledge)' 부서의 시니어 디렉터로서 차세대 AI 검색 플랫폼 구축을 담당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퍼플렉시티와 챗GPT에 대응하기 위한 애플 독자 웹 검색 시스템으로, 2025년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그의 업무 범위와 팀 규모가 상당히 축소되었음에도 여전히 애플 AI 전략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사내 미팅에서 워커는 시리 개선 작업 지연에 대한 내부 비판에 대해 "우리는 수백 마일을 수영해 기네스북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하와이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며 "완주하지 못한 점 때문에 공격받고 있지만 우리가 이룬 엄청난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워커의 회사 이탈은 애플 AI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력 유출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다. 최근 AI 모델 개발팀을 주도하던 루오밍 팡이 다수의 엔지니어 및 연구진과 함께 메타로 이직했으며, 지난달에는 검색 서비스 개발을 관장하던 고위 간부 프랭크 추 역시 메타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핵심 인재들의 연쇄 이탈은 애플의 AI 경쟁력 약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구글, 오픈AI, 메타 등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인 AI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애플은 상대적으로 AI 적용이 더딘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요 개발 인력의 지속적인 유출이 애플의 장기 AI 전략 실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