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절연한 트랜스젠더 딸, 뉴욕패션위크서 런웨이 모델 데뷔…"강력한 정치적 선언"

2025.09.17
머스크와 절연한 트랜스젠더 딸, 뉴욕패션위크서 런웨이 모델 데뷔…"강력한 정치적 선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관계를 끊은 트랜스젠더 딸 비비언 제나 윌슨(21세)이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서며 화려한 모델 데뷔를 알렸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 동안 총 4개 브랜드의 런웨이에 등장한 윌슨은 단순한 패션쇼 참여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존재로 주목받았다.

윌슨의 데뷔 무대는 액세서리 브랜드 알렉시스 비타르의 '미스 USA 1991' 컬렉션이었다. 이 쇼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 모델들이 공화당 우세 지역을 상징하는 어깨띠를 두르고 등장했으며, 윌슨은 '미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배역을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스 USA 대회 소유권을 가졌던 배경을 고려할 때, 이는 현 행정부를 향한 비판적 퍼포먼스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진 13일 무대에서는 패션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미국에 있는 천사들' 컬렉션에 참여했다. 동성애와 에이즈 이슈를 다룬 연극에서 제목을 빌려온 이 쇼에서 윌슨은 회베이지 톤 드레스로 우아한 워킹을 선보였다. 구룽은 "사회의 이분법적 틀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더욱 신성한 존재"라며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헌사"라고 컬렉션 의도를 설명했다.

마지막 이틀 동안에는 올리비아 청과 크리스 하바나의 쇼에 연속 출연했다. 하바나 브랜드 관계자는 "젠더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과 그것의 예술적 승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며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윌슨은 NBC 매체와의 만남에서 "컬렉션이 사회정치적 의미를 내포할 때 특별한 감동을 받는다"며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정 임팩트 있는 발언"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개인적 신념을 가지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며 "패션을 통한 메시지 전달은 언제나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작년 대선 시기와 달리 올해 뉴욕패션위크가 상대적으로 절제된 정치색을 보였다고 분석하면서도, "윌슨의 기용 자체가 암묵적 성명서 역할을 한다"며 "이는 그 어떤 직접적 표현보다 강력한 상징성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윌슨은 머스크와 첫 번째 배우자 저스틴 머스크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2022년 성별 전환과 함께 부친의 성씨를 포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선택했다. 당시 법원에 제출한 개명 신청서에서 아버지와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화제를 모았으며, 최근에는 어린 시절 머스크로부터 받은 억압적 대우에 대해 공개 증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