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높은 관세 정책 여파로 일본의 8월 대미국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17일 공개한 8월 무역통계 속보에서 대미 무역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5% 급감한 3240억엔(약 3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최소 규모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8% 하락한 1조3855억엔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일본의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대미 수출액이 3076억엔으로 28.4% 감소했다. 수출 대수 역시 8만6480대로 9.5% 줄어들었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일반 기계류의 대미 수출액도 각각 38.9%, 17.6% 감소하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건설용·광산용 기계류도 26.1% 줄어드는 등 제조업 전반에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세키구치 나오토 SMBC닛코증권 전문가는 "미국향 자동차는 가격과 물량 양면에서 하락이 뚜렷하다"며 "트럼프 관세를 계기로 한 현지 가격 상승이 수요를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현지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출 가격을 인하하며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온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관세 인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차종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적용하던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인하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 2.5%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관세 인하가 향후 수출 회복에 도움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8월 대미 수입액은 11.6% 증가한 1조615억엔으로 집계되어 무역수지 악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일본의 8월 전체 무역수지는 2425억엔 적자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체 수출액은 0.1% 감소한 8조4252억엔, 수입액은 5.2% 줄어든 8조6677억엔이었다.
미국발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판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중남미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요타자동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2025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약 2조6000억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역통계는 19일 개최되는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