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로화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해 1유로당 1.1867달러에 거래되며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화 강도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일 대비 0.69% 하락한 96.633을 기록했으며, 장중 96.556까지 떨어지며 지난 7월 1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달러화는 총 10.9%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3∼4월 기간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달러 매도 압력을 가중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4개월 연속 노동시장 지표 악화가 이어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4.3%까지 상승해 2021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FOMC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빅컷"을 주장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대폭적인 금리 삭감을 촉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가 유력하지만 0.5%포인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17일 공개될 의사록과 경제전망,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완화적 메시지를 기대하며 달러 전반에 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화는 올해 들어 약 14% 강세를 나타내며 9개월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 중단 신호를 보내는 반면 연준은 완화 사이클 진입이 예상되면서 상대적 금리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는 "상대적 성장 전망과 금리 격차, 시장 환경이 모두 유로화에 유리하다"며 이달 중 1.20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옵션 시장에서는 유로화 강세 베팅이 급증하고 있다. 예탁결제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유로-달러 옵션의 3분의 2 이상이 상승 베팅이었으며, 1.20달러를 넘는 행사가격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을 매입할 때 환헤지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