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역대 처음으로 재임 중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을 시작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이날 저녁 런던 근교 윈저성 외벽에는 수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영상들이 상영됐다. 영상에는 2023년 조지아주 기소 당시 촬영된 머그샷과 2019년 옥중에서 사망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들이 포함됐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촬영된 장면과 이들의 관계를 조명한 언론 보도들도 함께 노출됐다.
이번 영상 상영은 영국의 정치 풍자 단체 '당키스(Donkeys)'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템즈밸리 경찰은 즉시 영상 상영을 중단시키고 관련자 4명을 '악의적 의사소통' 혐의로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윈저성 인근의 무허가 행위를 매우 중대하게 취급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통해 상영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도착 이전부터 윈저성 주변에는 수십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잔혹한 파시스트', '허위 선동가', '차 한 잔 하러 온 독재자'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국빈 방문을 강력히 규탄했다. 시민단체 '트럼프 저지 연합'의 제이크 앳킨슨 대변인은 "우리는 트럼프의 정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영국 정부에 '이것이 영국 국민의 의지가 아니다'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가디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지구적으로 분열의 정치를 선동해왔다"며 "런던 시민들이 공포 정치를 거부한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런던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포용적이고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2박 3일 방문 기간 동안 런던 전역에서 수천 명 규모의 대형 집회들이 연이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방문 기간 중 런던 시내에는 머물지 않을 예정이다. 17일에는 찰스 3세 국왕 부부의 초청으로 윈저성에서 숙박한 후, 18일에는 총리 공관인 체커스로 이동해 키어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 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트럼프의 국빈 방문에 맞춰 영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8년까지 300억 달러를 영국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구글은 향후 2년간 50억 파운드를, 세일즈포스는 2030년까지 20억 달러를 각각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