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해경당국이 16일 영유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버러 암초) 해역에서 필리핀 함정들을 향해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당국이 해당 암초 지역에 국가급 자연보호구역 설치를 결정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양국 함정 간 직접적인 물리적 대립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중앙방송(CCTV)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경국 대변인 간위는 당일 필리핀 관공선 약 10척이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황옌다오 영해로 불법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은 먼저 말로 경고했지만 효과가 없자 해상 교통로를 차단하고 물대포 분사 등의 강제 조치를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간 대변인은 오전 10시경 중국 측의 거듭된 심각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3014호 관공선이 의도적이고 무모하게 중국의 합법적인 법 집행 선박에 돌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필리핀 측의 계획적 도발은 극도로 심각한 행위이며, 이번 충돌 사고의 모든 책임은 필리핀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황옌다오를 중심으로 한 양국의 외교적 대립이 수년째 이어져 왔지만, 현장에서의 실제 무력 사용까지는 발전하지 않았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0일 황옌다오 일대에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을 조성하겠다는 자연자원부의 계획안을 공식 허가했다. 이 보호구역은 암초 북동쪽 수역을 거의 전부 아우르며 총 면적이 약 35.24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황옌다오는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머스 암초) 등과 더불어 중국과 필리핀 간 주요 영토 분쟁 지점 중 하나로, 중국이 2012년부터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필리핀 외무부는 11일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의 조치가 불법이며 필리핀의 권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 규탄하며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 의사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미국은 동맹국 필리핀과 함께 중국의 불안정 조성 기도를 거부한다"며 "지속적으로 역내 평온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중국 해군은 동일한 날 시험 항해 중인 3번째 항모인 푸젠함이 남중국해 수역에서 과학적 실험 및 훈련 활동을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도 12일부터 13일까지 남중국해에서 정기 순찰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히며 필리핀 측에 남중국해에서의 분란 야기와 긴장 조성 행위를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각국 및 대만과 지속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