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법인서 93억원 횡령 사건 적발…산단공 관리 소홀

2025.09.16
감사원,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법인서 93억원 횡령 사건 적발…산단공 관리 소홀

환경개선펀드를 활용해 조성된 사업시행법인에서 93억여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6일 '산업단지 규제개선 추진실태' 점검 결과를 통해 이같은 관리 부실 현황을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단공은 2018년 11월 환경개선펀드 재원으로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주간사업자 A사 등과 협약을 맺고 B법인을 조성했다. 그런데 A사에서 파견된 이사 C씨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분양수입금을 개인 및 개인 소유 기업 통장으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93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분양실적을 축소 신고하고, 횡령액을 '주주임원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장부에 기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산단공 내부 감사와 자산운용회사가 이런 중대한 비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 역시 불법행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임직원불법행위미수금'이 아닌 '주주임원단기대여금'으로 분류해 정상적인 거래인 양 위장했다. 감사원은 산단공에 사업시행법인에 대한 자금관리 점검을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결산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 준수 여부를 엄격히 감독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산업단지 입주 혜택을 이용한 조세 회피 사례도 대량 적발됐다. 특정 산단을 표본 조사한 결과, 204개 회사가 실제 경영활동 없이 위장 입주한 뒤 수도권 부동산 666건(취득액 1조2000억원)을 매입해 취득세를 부당하게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과세율(8%) 대신 일반세율(4%)을 적용받아 총 99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 업체는 산단 내 겨우 3㎡ 규모의 공유사무실을 임대한 뒤 서울 광진구 소재 호텔을 371억원에 구입하면서 14억8000만원의 취득세를 절약한 사례도 발견됐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에 취득세 신고업체의 산단 내 실질적 사업활동 여부를 사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전용산단 내 공장을 경매나 공매로 낙찰받은 업체들에게 법적 근거 없이 이전 입주업체의 연체임대료와 이자, 법정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18개 업체로부터 31억3000만원을 징수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LH에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임대전용산단 설립 목적을 고려해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담을 지우지 말라고 주의 조치했다.

또한 일부 광역자치단체들이 산단 계획 심사 과정에서 심사 대상이 아닌 분야까지 포함해 심의하면서 개발 기간이 평균 19개월 지연되고 사업 포기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에 지자체의 산단계획심의위원회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