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연이은 강공 정치에 맞서 장외 저항 전략을 구상하면서 강성 보수 세력과의 협력 여부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여당 의석에 밀려 국회 내에서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외 세력과 손잡고 투쟁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14일 부산에서 가진 현장 활동 중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수단을 총동원해서 국민과 연대해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날 부산 일정의 첫 방문지로 최근 구속된 손현보 목사의 부산세계로교회를 택한 것은 의미심장한 행보로 해석된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저지를 위한 '세이브코리아' 운동을 주도했던 핵심 인물이다.
장 대표는 교회 연단에서 "손 목사 구속 사건은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전체 종교계에 대한 압박"이라며 "반인권적이고 반법치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는 그동안 극우 논란을 의식해 거리를 뒀던 강성 보수층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신호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이미 적극적인 연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이 전교조, 민노총과 결속해 우리를 공격하는 마당에 이제 우리도 분열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전광훈 목사나 전한길 강사를 극우라고 배척하는 차별적 접근을 멈추고 소소한 견해 차이를 넘어 단합해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강성파 최고위원인 김민수 의원 역시 "우리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장외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의힘이 이런 방향으로 선회하는 배경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민주당의 절대 다수 의석 앞에서 원내 활동만으로는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절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법사위 간사 선임조차 2주 넘게 표류하는 등 기본적인 견제 기능마저 무력화된 상태다. 한 지역구 의원은 "국회에서는 표결은 물론 위원회 절차도 무용지물이 되어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장외 행동은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될 때 의미가 있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는 않으며,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이 구체화되면 장외 투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극우 프레임에 휘말릴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찬탄파 한 의원은 "이재명 체제와 민주당의 독주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투쟁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지도부가 중도 노선과 강경 노선을 오가는 것 같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장파의 김재섭 의원도 "과격 우파나 광장 세력과 결합하면 자칫 '황교안 시즌2'가 될 우려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구성된 민생경제협의체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면서 여당에 협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당 독주'를 부각시켜 장외 투쟁의 명분을 축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