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의하고 평화통일을 단념한다는 방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의 승인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14일 외교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남북간 평화통일 노선을 포기하게 된 배경과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며 중국 측의 승인과 동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회담 종료 후 중국 정부의 공식 성명서에는 북한의 통일 포기 노선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표명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3일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동일한 취지의 설명을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 동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외교적 노력은 제3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 원장이 몽골을 방문해 현지 관계자들에게 '적대적 두 국가' 개념과 통일 포기 방침을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학술기관 최고책임자를 몽골에 파견한 것은 약 8년 만의 일이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북한 외무성 고위급 간부들에게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전했다. 이는 북한이 단순히 내부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인정을 받기 위한 체계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달 하순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총회 일반토론에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핵무기 보유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자국의 새로운 관점을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만큼 우리도 '냉정한 공존'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며 "상호 대화는 없더라도 긴장 조성을 피하는 현실적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 천명한 이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문제가 아닌 국가 간 적대관계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