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이 16일 범여권 주도로 무산됐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무기명 표결 결과 총 투표수 10표 전원이 반대표를 던져 선임안이 부결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측 요청을 수용해 인사 사항이라는 이유로 무기명 투표를 결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례 없는 폭거"라며 회의장을 집단 이탈해 투표를 거부했다.
표결에 앞서 여야는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나 의원이 전날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은 점과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면회한 행보 등을 거론하며 "법사위 간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나 의원의 부적격 사유를 정리해보니 10가지를 넘는다"며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위한 용산 관저 출입, 내란 옹호 발언 등은 헌법 정신을 어긴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간사도 "내란 사태가 터져도 관행만 내세우는 태도로는 민주주의 파괴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내란몰이를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상임위 간사 선임은 각 당의 추천을 존중해 호선으로 처리하는 것이 국회 운영의 불문율이라며 무기명 표결 자체가 관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그런 논리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도 재판 중인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회의 과정에서는 격한 감정 대립도 벌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나 의원의 배우자가 현직 법원장이라는 점을 문제삼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그럼 의원님 부인은 뭐하시냐"고 되물었다. 박 의원이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선을 넘었다", "인간이 되라"고 항의하며 회의장이 술렁였다.
이번 부결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안건은 이번 정기국회 내 재상정이 불가능해졌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의 완성"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악의 추태"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편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둘러싸고도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전국법관회의를 소집해 사법개혁에 저항하려 한다며 이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오후 2시부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어 한미 관세협상 교착 상태와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