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에서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의 병진 노선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는 기존의 핵 중심 국방 전략에서 벗어나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본격 나서겠다는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11일과 12일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연이어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향후 제9차 당대회에서는 국방건설 영역에서 핵무력과 재래식 무력 병진 방침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국방과학원이 당의 군사력 강화 방향을 따라 재래식 무기 고도화 작업에 지속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차설계국의 공동연구로 완성된 핵심기술 개발 성과를 보고받았다. 특히 특수복합장갑 개발 현황과 최종 실전배치 전 단계에 있는 지능형 능동방호시스템의 반응 실험, 상부 공격 차단 구조물 설계 방안 등 장갑방어 분야 연구 현황을 점검했다.
이번 시찰에서는 다양한 대전차 미사일의 실탄 발사에 의한 전면·측면·상부 공격에 맞서는 최신 능동방호시스템의 종합 작동 실험도 실시됐다. 북한 매체는 실험을 통해 "감지시스템과 회전식 요격탄 발사장치의 반응 속도가 매우 뛰어나며 새롭게 개발된 능동방호시스템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점이 실질적으로 입증됐다"고 자평했다.
김 총비서가 지능형 능동방호시스템을 갖춘 최신 전차 개발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주요 전차 생산공장' 시찰 이후 4개월 만이다. 능동방호시스템은 적군의 대전차 무기가 접근할 때 자동으로 감지하여 요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12일에는 평양지구 제38교육기지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저격수 부대와 중앙보안기관 특수기동대 저격수 부대 간 사격 대회도 참관했다. 김 총비서는 "모든 저격수들을 백발백중, 일격필중의 숙련된 '명사수'로 육성하려면 극한 작전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숙달할 수 있는 종합교육기지를 과학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대전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훈련 기법과 혁신적인 교육 및 훈련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경험을 바탕으로 재래식 전력 현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분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전력만으로는 억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재래식 전력 현대화를 통한 전쟁 수행 역량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북한이 그동안 핵무기 개발에 집중했던 군사정책을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무기는 재래식 무기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