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누수 심각, 수천대 방치에 73억원 횡령 적발

2025.09.17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누수 심각, 수천대 방치에 73억원 횡령 적발

국가 보조금으로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이 대규모로 방치되고 보조금 횡령까지 발생하는 등 운영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는 17일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실태' 합동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자동차환경협회를 대상으로 2020~2023년 집행된 6646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공용 충전시설 설치비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급속 충전기 1기당 최대 7500만원, 완속 충전기 1기당 최대 350만원을 지급하는데, 관련 예산이 2021년 923억원에서 올해 6187억원까지 급증했음에도 사업 전반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조사 결과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충전기 관리 부실이었다. 전국에 4000기 충전기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전기요금을 체납해 한국전력이 계량기를 회수하면서 2796기가 1년 넘게 '작동불가' 상태로 방치됐다.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전기요금 납부나 충전기 매각, 사업 이양 등 해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전국 43만여 기 충전기의 위치와 작동 상태를 실시간 제공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는 2만1283기의 상태 정보가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이용자들이 충전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조금 부정사용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한 사업자는 선급금으로 받은 177억원 중 73억6000만원을 목적 외 용도로 유용했다. 이 업체는 동일 사업장에 100% 자회사를 설립해 충전기 구매 과정에 끼워넣어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충전기를 자회사를 경유해 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까지 챙겼다.

사업 완료 후 집행 잔액을 반납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2023년 환경공단 주관 사업 중 29개에서 92억원이 미반납됐으며, 점검 과정에서 33억원은 회수했으나 59억원은 여전히 반납되지 않은 상태다.

사업자 선정 과정의 허점도 드러났다. 신생 중소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가점 부여로 선정된 2개 업체의 경우, 최근 4년간 발생한 충전기 고장 2604건 중 81%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없이 계속 사업에 참여시켰다.

이밖에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완속충전기 설치 사업 참여 44개 업체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121억원을 과소신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부적절하게 집행된 보조금 97억7000만원을 환수하고, 횡령 혐의 업체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또한 미작동 충전기 전수조사, 충전기 관리 시스템 고도화, 사업자 선정 절차 개선 등 종합적인 제도 정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보조금 편성·집행 제도를 더욱 투명하고 엄격하게 운영하며,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