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이전했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진위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관련 부처는 이번 상반기 러시아가 북한에 2∼3개 규모의 핵잠수함 추진 모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황이다.
해당 모듈은 소형모듈원자로를 활용한 원자력 추진 체계로, 핵잠수함 동력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에 해당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를 동력으로 운용되며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전략무기다. 기존 디젤 동력 잠수함 대비 수중 작전시간이 월등히 길고 탐지 회피능력이 뛰어나 해상전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무기체계로 평가받는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확정한 국방력 증강 5개년 전략과 5대 중점과제에서 핵잠수함 확보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며 이를 최우선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핵잠수함을 통해 미국 본토 인근까지 접근한 핵미사일 공격능력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전략핵잠수함으로 추정되는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첩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일정이 급격히 단축될 우려가 제기된다. 완성된 형태의 모듈을 역설계 과정을 통해 분석하면서 추진시스템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는 이러한 추진체 확보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듈은 퇴역 핵잠수함에서 분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냉전 종료 이후 상당수 핵추진 함정이 퇴역하면서 이들 장비의 처리가 러시아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극동지역의 라즈보이니크 만 등지에 관련 시설이 위치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 간담회에서 "관련 보도 이후 담당부서에서 확인작업을 진행했으나 아직 명확한 사실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관계로 발전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러 간 협력 지속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확대로 이어져 남북관계와 우리 안보이익, 한러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미 양국의 근본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한 대가로 핵잠수함 기술과 최신 전투기 기술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분석한다. 이번 모듈 이전이 사실로 판명되면 러시아가 국제사회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며, 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한편 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핵물질 이동 시 발생하는 방사성 흔적 등이 아직 포착되지 않았으며, 동맹국으로부터 관련 정보 확인 통보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파병 대가로 받은 러시아의 반대급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