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회동설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들의 전면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안은 지난해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발언했다는 제보로 시작됐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를 공개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헌법 제45조에 따른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본회의장에서 나온 폭로였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해당 형사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한 외부 그 누구와도 논의한 바 전혀 없으며, 언급된 나머지 인물들과도 제기되는 의혹과 같은 대화나 만남을 가진 적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한덕수 전 총리와 정상명 전 검찰총장도 각각 회동설을 부인하며, 서로 간 친분이나 일면식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사퇴 요구를 받고 있어 직무 수행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내란 특검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특검은 내란 쿠데타에 연결된 사법부 쿠데타의 연관성을 반드시 파헤쳐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가세해 조국 비대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이미 준비해뒀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자체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은 증거 없는 의혹 조작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만남 내용 하나로 대법원장 사퇴를 몰아가는 것은 민주당이 항상 사용하는 저열한 수법"이라며 "그 부메랑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헌법이 보장한 임기를 무시하고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를 넘어 헌정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라고 규탄했다.
내란 특검팀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이나 "현 단계에서 수사 착수할 사안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특검법상 내란·외환 범죄만이 수사 대상이어서 회동 의혹이 직접적으로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의혹은 지난 5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처음 제기된 후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국회 법사위 질의를 거쳐 부승찬 의원의 대정부질문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극소수 당사자들 간의 은밀한 대화가 어떻게 '제보자'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