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기대

2025.09.14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기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이 공식 발표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큰 틀의 합의를 도출했다"며 "한국이 농축과 재처리 분야에서 더 넓은 운신의 폭을 확보하는 데 상호 양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의 추가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모두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1988년 체결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포괄적 사전 동의를 획득하여 이러한 활동을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위 실장은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협정 체결을 희망한다"며 향후 세부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협력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도 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고리 원전의 저장시설 포화율은 현재 93.5%에서 내년 95.1%로 상승할 예정이다. 저장용량 8038다발 중 7648다발이 채워지게 되는 셈이다.

한빛 원전도 현재 85.3%인 포화율이 2029년 95.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월성 중수로는 84.6%에서 2033년 98.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첫 사례로, 저장시설 한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수원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식 저장시설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먼저 발전소 내 저장조에서 습식 보관되다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로 이송되는 구조다.

고리 원전은 2027년 2호기 습식 저장대를 조밀 저장대로 교체하고 2031년 건식 저장시설 운영을 통해 포화율을 68.6%까지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한빛 원전과 월성 원전도 각각 2030년, 2034년 건식 시설 가동으로 포화율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행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이달 말 시행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건식 저장시설 설치 시 국무총리 산하 행정위원회 승인과 지역주민 동의를 의무화했다. 부지 선정부터 주민 협의, 시설 건설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위탁 재처리가 임시 해결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2015년 개정 협정상 미국과의 협의를 거치면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6기 원전을 운영하는 우리나라도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제를 위해 일본과 동등한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관세 협상 등 다른 현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방안을 둘러싼 이견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 실장은 "원자력협정은 안보 패키지 차원에서 논의되는 사안으로 관세 협상과 교환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